앵커]
CBS뉴스는 교권침해 현실을 돌아보고 공교육 회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교권회복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현장 교사들의 요구 사항은 무엇인지, 교권 회복을 위한 입법 활동 등 실질적인 대안을 살펴봅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전국에서 수십만의 교사들이 주말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로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상식적인 교육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故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 에 참가한 교사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교육부는 '교권 회복 종합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예산과 인력 지원 방안이 빠져 있고, 2024년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을 올해보다 7조 1천억 원이나 감액해 편성하는 등 현장에선 그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의 가장 시급한 요청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 관련 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단 겁니다.
가정폭력을 상정해 마련된 법률이 학교 현장에까지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즉시 분리 원칙에 따라 학부모의 단순 민원만으로 교사가 교단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성준 공동대표 / 좋은교사운동]
"지금 문제는 이 아동학대와 관련된 법률이 너무 과도하게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거든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관련해서는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법률들이 이 두 '아동학대 처벌법'과 '아동복지법' 안에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현장의 요청들이 있고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교권보호 4법과 아동학대 관련법의 법안처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특별히, 아동 학대 사안과 관련해선 기계적인 기소로 이어지는 형사적 판단이 아니라, '교육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뿐만 아니라, 교원과 교육 전문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판단 위원회를 설치해 사건 초기에 아동학대 여부를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단 제안도 나왔습니다.
[현직 교육청 장학사]
"(아동학대) 사안을 경찰 혼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을 좀 개정해서 이것을 조사하는 기관이 따로 있으면 좋겠어요. 교원, 교육 전문가, 학부모, 경찰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이것이 과연 교육적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가', 또는 '교육적 행위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사안인가' 등을 판단해서 이분들이 검찰 송치를 할지 안 할지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되면 좋겠다, 이런 교육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되 교사의 49재일인 4일 교사의 교실에 화환과 추모의 메시지가 붙어 있다. 박종민 기자교사들은 또,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수업에서 실질적으로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금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조치할 경우, 분리조치된 학생 측이 학습권 침해를 주장해 또 다른 분쟁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분리 학생에 대한 별도의 공간과 전담 인력, 예산,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현직 교육청 장학사]
"교육청 단위에서 (분리 학생에 대한) 신속대응팀이 조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 아이를 따로 분리시키면, 그 아이에 대한 특별한 지도 방법이 있는 학교들이 거의 없거든요. 그러면 교육청에서 그 팀들이 출동해서, 그 팀 안에는 장학사 또는 교원이 있어야 되겠죠. 그분이 가서 그 아이만 데리고 수업을 하는 거죠. 그러면 충분히 그 아이를 따로 분리할 수 있고 지도할 수 있는, 그리고 상담 전문가도 같이 가서 아이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데, 이러면 학교에서도 훨씬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교사운동 등 170개 교원단체가 발표한 공동 성명서.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을 비롯한 170여 개 교원 단체들은 연대 성명서를 내고, 아동학대 관련 개정 법안을 9월 정기 국회 1호 법안으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서이초 선생님에 이어 또 다른 슬프고 억울한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여야는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입법 성과로 책임을 다하라"고 말했습니다.
[한성준 공동대표 / 좋은교사운동]
"선생님의 죽음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 실효적인 교육 활동들을 보호하고, 학교가 공교육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률들이 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법률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은 학교가 교육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이 조치가 이루어져야 이 조치 위에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교육 활동들을 더 펼쳐갈 수 있거든요."
한편, 지난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이후 한 주 쉬었던 교사들의 교권 회복 촉구 집회는 오는 16일 국회 앞에서 재개될 예정입니다.
교권 보호와 공교육 회복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연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