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빠진 성폭력 대응 메뉴얼"

  • 2023-09-22 19:21

예장합동총회 첫 성폭력 대응 메뉴얼 제작, 공개
공식 명칭 '교회 성윤리 예방 및 대응지침서'
메뉴얼 제목부터 본문 전체에서 '성폭력 -> 성윤리' 로 대체
"성윤리라고 하면, 범죄라는 인식 약화시켜…성폭력 근절의 진정성 의심"


[앵커]

예장합동총회가 이번 정기총회에서 교회성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지침을 채택했습니다.

총회 보고서를 통해 그 내용이 공개됐는데요, 성폭력 예방을 위한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천수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 범죄로 사회적 비판이 계속되자 예장합동총회는 지난해 제107회기 총회에서 교단의 성폭력 대응 메뉴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 메뉴얼이 이번 정기총회에서 총회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용어에 대한 정리부터, 성폭력예방 교육의 정례화와 사건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강조하고, 피해 대처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내 성폭력의 대표적인 형태인 그루밍 성범죄가 어떤 것인지 소개하며 사전 예방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장합동총회가 내놓은 성폭력 매뉴얼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사회문제대응위원회가 만든 이 매뉴얼의 공식명칭은 '교회 성윤리 예방 및 대응지침서'입니다.

문서 어느 곳에도 성폭력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성폭력 특별법,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등 고유명사에서 조차 성폭력을 성윤리라는 단어로 바꿔 놓았습니다.

성폭력은 범죄라는 엄중함을 개인적 윤리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교단의 성폭력 근절 의지를 무력하게 한다는 지적입니다.

[박유미 공동대표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성윤리는 도덕적인 것이고 성폭행은 범죄의 문제인데 범죄를 윤리로 바꾸는 것은 개인적 일탈정도로 보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발전하지 못한 인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중심의 매뉴얼이라고 밝혔지만 피해자가 법적 대응을 할 때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앞뒤 맥락 없이 기술되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기재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전문 상담기관을 소개한 부분에서는 인터넷 사이트의 주소가 잘못 표기됐습니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의 인터넷 주소는 www.crisis-center.or.kr인데, 메뉴얼은 예전의 주소(www.rape119.or.kr)로 적은 겁니다.

또 서대문에서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긴 기독교여성상담소의 소재지도 과거 주소로 기재됐습니다.

교회 성폭력 문제를 다뤄온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박신원 팀장은 예장합동총회의 매뉴얼이 전체적으로 다른 교단과 기관,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가져온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이라면서, 진정성을 문제삼았습니다.

[박신원 팀장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교단의 성폭력 매뉴얼과 이걸 전체에 알리고 우리의 지향성이다 라고 한다면 합동교단에서 성폭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 이런 게 나와 있어야 되는데 성폭력이라는 단어만 숨기기에 너무 급급했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 이걸 빠르게 내려고 여기저기서 갖고 온 느낌만 들었어요." 

예장합동총회는 이 매뉴얼을 채택하기로 했으나 일부 용어 표현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보다 진정성있는 내용으로 다듬어질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 최현 편집 김다솔]

많이 본 뉴스

      1 2 3 4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