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빛…신앙과 교육의 여정

  • 2024-10-23 20:38

우리동네, 우리교회(142) / 제천제일교회(충북 제천시)
1907년 설립…충북 제천지역 어머니교회
지역 주민들에게 신앙의 구심점 역할
지역 복음화 위해 1950녀대 부터 분립개척
1924년 제천유치원 설립…복음과 교육 전수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아이들 품은 유치원
제천유치원 강점은 '성품교육'…학부모들 호평
다음세대 위해 '제천푸른청소년문화센터' 운영
다양한 프로그램 통해 청소년 꿈 찾도록 지원


충북 제천시 신죽하로에 자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제천제일교회 충북 제천시 신죽하로에 자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제천제일교회  [편집자 주]
 
각 지역 교회의 선한 사역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우리교회.
 
142번째 순서로 일제 강점기, 국가적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 유치원을 세워 100년 동안 변함없이 아이들을 믿음과 사랑으로 키워 온 충북 제천의 어머니교회인 제천제일교회를 만나본다.

 
1907년 설립…제천지역의 어머니교회
 "우리 교회는 제천의 어머니 교회입니다."
안정균 담임목사는 제천에서 제천제일교회가 가진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1907년에 설립된 제천제일교회는 초기에는 장로교회로 시작했으나, 1911년 감리교회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신앙의 중심지가 되었다. 당시 제천 읍내에는 교회가 거의 없었고, 유일하게 자리한 제천제일교회는 신앙의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구심점이 되었다. 
안정균 제천제일교회담임목사안정균 제천제일교회담임목사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1950년대부터 분립 개척을 시작했다. 안정균 목사는 "지금까지 17개의 교회가 공식적으로 분립 개척되었고,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하면 20개가 넘는다"며 교회가 감당한 사역의 무게를 설명했다. 이는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회는 분립을 통해 지역 곳곳에 신앙을 뿌리내리게 했고, 이를 통해 제천의 많은 교회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100년의 교육, 제천유치원의 여정
제천유치원의 설립은 1924년, 그 당시 한국 사회의 격변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유치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한국에서 기독교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점이었다. 특히 1919년 3.1운동 이후, 기독교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으며, 독립운동과 맞물려 신앙 교육이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교회는 단순히 예배를 드리는 곳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신앙과 교육을 심어주고자 했다.
초창기 제천유치원(동명유치원) 학생들의 모습초창기 제천유치원(동명유치원) 학생들의 모습제천제일교회는 이미 지역에서 신앙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었고, 지역 사회에 더 많은 봉사를 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당시 교육은 대부분 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지방의 아이들은 교육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교회는 지역의 아이들이 학문을 배우고 사회적 인격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유치원의 설립 배경에 대해 안정균 목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우리 교회 목사님의 자녀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들은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에서 독립 선언서를 몰래 가져와 제천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고, 이후 교회와 신앙인들은 엄청난 핍박을 받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교회는 단순히 신앙 공동체로서만 머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민족과 사회를 위한 교육적 역할을 강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920년대 제천유치원의 활동 모습 1920년대 제천유치원의 활동 모습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24년 교회는 '동명유치원'이라는 이름으로 제천유치원을 설립했다. 당시 전국에 유치원이 많지 않았고, 교육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유치원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지역 아이들을 위한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20년대 당시, 한국에는 한국인 대상으로 운영되는 유치원이 35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후 10년 동안 전국적으로 유치원이 급증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기독교계 학교들이 유치원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천유치원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설립되었으며, 특히 지역사회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교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원 운영에 나서게 되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아이들 품은 유치원
한상백 제천유치원 졸업생(제천제일교회권사)한상백 제천유치원 졸업생(제천제일교회권사)한국전쟁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제천유치원은 아이들을 품으며 그들에게 교육과 사랑을 전했다. 1952년에 제천유치원을 다녔던 한상백 권사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유치원이 전쟁 중에도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았는지를 생생히 이야기했다.
"전쟁 중이었지만, 유치원은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던 시기였고,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었죠. 1952년에 저는 유치원에 다녔는데,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전쟁의 폭격과 공습 속에서 일상이 파괴되고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시절, 제천유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지켜냈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안식처였다. 아이들은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유치원에서만큼은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다. 한상백 권사는 "유치원 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며, 잠시나마 전쟁의 공포를 잊을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명희원장, 40년 가까이 유치원 사역에 헌신

지명희 제천유치원원장지명희 제천유치원원장 지난 12일 유치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는 제천유치원 어린이들지난 12일 유치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는 제천유치원 어린이들1986년 교생 시절부터 유치원과의 인연을 맺은 지명희 제천유치원 원장. 40년 가까이 유치원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지 원장은 "이곳에서 원장으로 재직하는 것이 큰 영광이자, 신앙의 연장선에서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제천유치원의 가장 큰 특징은 '성품 교육'이다. "성품 교육이 제천유치원의 가장 큰 자랑이다."라고 말한 지 원장은 성품 교육이 아이들의 인성과 내면을 키우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했다. 특히, 15년 전부터 성품 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성품 교육의 중요성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명확해졌다.
 
학부모들이 전하는 성품교육의 강점 
유치원을 보낸 학부모들은 유치원이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곳이 아닌, 아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화선 제천유치원 학부모권화선 제천유치원 학부모권화선 학부모는 유치원의 성품 교육이 가정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교사들이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에서 매주 성품 프로젝트가 나오면,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부모로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권화선 학부모는 딸과의 감정 그래프 프로젝트를 회상하며, 유치원의 성품교육이 아이와 부모의 관계까지 변화시켰음을 강조했다.
강형욱 제천유치원학부모강형욱 제천유치원학부모강형욱 학부모 역시 유치원이 아이에게 미친 영향을 깊이 체감하고 있었다. 강형욱학부모는 "성품 교육을 받은 큰아이가 학교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을 보면서 유치원의 교육이 아이의 성장을 돕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천유치원이 아이들의 내면을 키우는 소중한 공간임을 거듭 강조하며, 유치원의 사명에 감사함을 전했다.
 
김은영 제천유치원졸업생(학부모)김은영 제천유치원졸업생(학부모)졸업생 김은영씨는 1988년에 졸업한 이후, 자신의 아이도 제천유치원을 보내며 유치원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김은영씨는 "유치원이 나와 내 자녀에게 준 교육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신앙을 심어준 것"이라고 회상하며 성품 교육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문화센터, 꿈을 향한 발판
유치원 사역 외에도, 제천제일교회는 다음세대를 위한 청소년법인을 설립하고 '제천푸른청소년문화센터'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문화센터는 지역 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그들의 자아 발견과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정균목사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천푸른청소년문화센터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청소년들제천푸른청소년문화센터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청소년들김혜주학생김혜주학생김혜주 학생은 제천 교회의 청소년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게 된 사례 중 하나다.
 
중학교 2학년인 김혜주학생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전까지는 특별한 꿈이 없었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후 자신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음을 깨달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어요." 김혜주학생의 이야기는 교회가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자아 발견을 돕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문화센터는 바리스타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직업 교육과 문화 활동을 제공하며,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천제일교회의 주일예배 모습제천제일교회의 주일예배 모습앞으로의 100년, 아이들의 꿈과 비전
지난 100여 년 동안 제천제일교회는 지역사회의 신앙과 교육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유치원과 청소년문화센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안정균 목사는 "우리 교회의 미래는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있다"며, 앞으로의 교회 사역이 더욱더 이들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교회는 유치원과 청소년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섬겨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꿈을 찾고, 성장해 나갔다. 이제 다가올 100년은 그들의 후손들, 그리고 다음 세대 청소년들이 신앙을 통해 삶의 방향을 바로잡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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