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 씨와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화대책위원회'가 어제(25일), 쿠팡 청문회를 촉구하는 거리기도회를 개최했습니다.
쿠팡 청문회 개최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을 돌파하면서 해당 안건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부된 상태인데요.
기도회 참가자들은 성서에 나타난 소비관과 경제 윤리를 돌아보며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는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길 기도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25일, 서울 잠실역 쿠팡 본사 앞에서 진행된 '쿠팡 청문회를 촉구하는 거리기도회'. 이들은 "사람이 죽어가는 동안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지 못했던 국회는 이제라도 청문회에 나서 쿠팡이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뒤이어 이런 일을 막기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
지난 5월 과로로 숨진 쿠팡 택배 노동자 정슬기와 유가족들을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슬기씨의 죽음은 안타까운 개인사를 넘어 반복되는 죽음을 야기하는 우리사회 노동 현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노동관, 소비관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거리기도회를 열고 쿠팡 측에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돈과 이윤보다 생명과 인간존엄이 우선시되는 하나님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신앙 실천입니다.
[정금석 장로 / 고 정슬기씨 아버지]
"다가오는 혹한기에 또 다른 노동자들의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합니다. 제발 이제 더 이상 쿠팡에서 죽어가는 노동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켜주십시오."
고 정슬기씨의 아버지 정금석 장로는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회기 내에 반드시 쿠팡 청문회를 열어서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진을 막아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심야 로켓 배송과 위법적인 '클렌징'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기교회 송기성 목사는 '포도원 주인' 비유를 통해 "성서의 경제 윤리는 땅의 질서를 뛰어넘어, 한 사람 한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생명의 경제, 돌봄의 경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는 최소 비용, 최대 만족이라는 세상의 방식에 너무나 젖어 있다"고 지적하며 "그리스도인은 하나님나라의 정의가 이뤄지는 삶을 살도록 부름 받은 존재"라는 점을 환기했습니다.
[송기성 목사 / 고기교회]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자가 정당한 몫을 받는 것을 정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주인이 생각하는 정의의 개념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이 비유에서 일꾼들이 받은 한 데나리온은 한 가족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금액으로 여겨집니다. 이 주인에게 있어서 정의는 한 가정이 제대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만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의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한편, 새벽 배송과 같은 서비스 경쟁이 기업들 간 더욱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책임있는 소비를 통해 실질적인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단 성찰도 나옵니다.
편리함과 소비자의 권리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노동자가 서로 연관된 존재임을 인식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고려하는 책임 있는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교형 목사 / 성서한국 이사장 (CBS 광장 中)]
"(새벽 배송은) 우리가 정말 그게 꼭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필요한 게 아니라 자꾸 뭔가 '소비자는 왕이다'라고 하면서, 우리 마음속에 뭔가 조금 더 편리해지기를 원하고, 그것을 우리는 '정당하게 대금을 지급했으니, 우리는 당연한 권리가 있다'라는 말 속에 우리가 한 사람의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을 놓치는 거죠."
기도회 참석자들은 쿠팡 청문회가 개최돼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와 노동자들의 권리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이 논의되길 기도했다. 또, 단가 상승을 통한 새벽 물류 조정 등 과로를 유발하는 시스템을 고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새벽 배송의 편리함 이면엔 기간제, 하청노동, 일용직 등의 불안정한 고용관계가 존재하고, 그 구조 안에서 노동자들은 상시 해고의 두려움 등으로 강도 높은 착취를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손은정 총무 / 영등포산업선교회 (CBS 파워인터뷰 中)]
"'이중 구조화'라고 하는데, 비정규직, 단기 임시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교회가 그냥 어쩔 수 없는 어떤 세상의 변화라고 눈 감을 게 아니라, 이런 변화가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 비춰볼 때 이걸 어떻게 바라봐야 되는지에 대해서 신앙적인 질문을 하고, 신학화 하고…"
정슬기씨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새벽 배송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가운데, 자신도 모른 채 낭비적 소비, 불필요한 생산, 환경 오염, 노동 쥐어짜기에 일조하고 있진 않은지 진지하게 돌아보자"며 쿠팡 청문회가 변화의 시작이 되길 기도했습니다.
한편, 쿠팡 청문회 개최 국민동의청원은 5만 명을 돌파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책위는 청문회 개최 촉구 신문광고 모금과 쿠팡 본사 앞 1인시위, 추모 문화제 등 다양한 연대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다음달 9일 저녁 7시 쿠팡 본사 앞에선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추모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성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