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처럼 '12.3 내란사태' 이후 연일 이어지고 있는 극우 기독교계의 정치적 행보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분단의 아픔과 신앙적 트라우마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며 "정치 이데올로기와 신앙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강조합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6.25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가 한국교회가 왜곡된 근본주의로 이끈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합니다.
기독교인들이 공산정권으로부터 겪은 핍박과 박해는 공산주의와 기독교 신앙이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각인시켰습니다.
그리고 당시 체제 경쟁 속에서 반공주의가 기독교신앙 자체라는 식의 극단적인 신앙관을 낳았고, 공산주의가 실패한 체제라는 게 입증된 현재에도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단 겁니다.
게다가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처럼 지금도 교회 공동체의 반공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이들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안인섭 교수 / 총신대 신대원]
"왜 유독 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느냐, 그 배후에는 바로 공산주의라고 하는, 반공의 트라우마가 있는 거예요. 한국교회는 그 트라우마만 일어나면 일단 상식적인 판단보다는 어느 한 쪽으로 딱 서게 되는, 그런 메커니즘을 갖게 된 것이죠. 트라우마가 치유되기 위해선 역사의식이 가르쳐지고 공유돼야 되는데, 건강하지 못한 세력들이 그 트라우마를 오히려 활용해서 한국 기독교를 지렛대로 쓴 것이 아닌가, 이용당했다고까지 말할 수 있겠죠."

왜곡된 근본주의는 남과 북, 영남과 호남, 독재와 민주주의, 진보와 보수 등 끊임없이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는 역사적 상황에서 한국교회 안에 더욱 확산됐습니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제 3의 성경적 대안을 만들어내기 보단, 특정 질서에 순응하고 편승하고 말았다는 설명입니다.
[배덕만 교수 /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
"(양자택일의) 극단적인 상황에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처해지면서 한국의 신학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대안이나, 통찰을 제시하기보다 그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신학 자체를 재구성해야만 했던, 어떻게 말하면 어용적 신학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게 우리의 상황이기도 했다… 적대적인 세상과 대상에 대해서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를 견지하도록 그렇게 되었던 거죠."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2천 년 교회 역사 속에서 정치 세력과 야합하는 교회 지도자들은 늘 있어 왔다"면서 "종교개혁 당시 근본주의 성향의 로마 카톨릭주의자들과 독일 나치 정권에 부역했던 극우화된 독일 교회와 같이 근본주의 신앙의 결과는 항상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오늘날 한국교회가 근본적인 신앙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전광훈이 등장할 것"이라며 "교회가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보편적 기독교 가치에 기대 사회의 양심으로서 역할해주길 당부했습니다.

[박성철 목사 / 하나세정치신학연구소 대표]
"전광훈 한 명을 감옥에 보내거나 어떤 법적 처벌을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어지느냐? 저는 그렇게 보지 않거든요. 또 다른 형태의 누군가가 나타날 거예요. 특정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적이라고 부르면서 근본주의 생활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굉장히 많은 부분, 전광훈이라든가 특정한 태극기 부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한국교회의 다른 교단들, 교단 차원에서의 문제라든가, 대형교회의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을 이제 짚어 나갈 수가 있는 것이죠."
[안인섭 교수 / 총신대 신대원]
"각 교회들도 다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요. 특히 젊은 목회자들 중심으로는 전도가 안 된다고, 젊은 세대에 전도가 안 된다는 거예요. 비합리적으로 보여지고, 비상식적인 신앙으로 보여지는 거죠. 순수한 한국교인들을 이용하고, 악용하고, 자극하는 그 사람들에겐 분명히 우리가 '아니오'를 주장해야 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독교의 이름으로 정치 선동적 메시지가 난무하는 지금, 정치 이데올로기와 신앙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신앙적 안목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김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