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일절을 맞아 서울 인사동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낯선 타국 땅 일본에서 우리 말과 글을 지키며 살아가는 오카야마조선학교 학생들의 서예 작품이 서울을 찾았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갤러리.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60여 점의 서예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힘 있게 눌러 담은 이 글씨의 주인공은 일본 오카야마조선학교에 다니는 재일동포 학생들입니다.
광복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재일동포 60만여 명은 일본 곳곳에 400여 개의 민족학교를 세워 우리 말과 글을 지켜왔습니다.
현재는 40여 개 학교만 남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글 서예 수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오카야마조선학교가 유일합니다.
학생들은 매년 서예전을 열며 낯선 타국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기독재단 한빛누리와 비영리단체 춤추는평화는 삼일절을 맞아 재일동포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한글 서예전 '글씨는 나다'를 마련했습니다.
[녹취] 김대준 / 한빛누리 고문이사
"민족의 분단은 해외동포들에게도 커다란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대한민국 국적, 조선인민공화국 국적, 그리고 어느 양쪽에도 소속하지 못해 국적마저도 확실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계십니다."이번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기까지는 평화운동가이자 서예가인 춤추는평화 홍순관 대표의 노력이 컸습니다.
홍 대표는 지난 수년 동안 일본을 찾아 학교 서예 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에게 한글 서예를 가르쳐왔습니다.
[녹취] 홍순관 대표 / 춤추는평화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은 정체성이 있는 거죠. 내가 누군가 말이죠.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가. 내가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가. 우리말을 없애려고 했던 우리글을 지우려고 했던 그 일본 땅에서 아이들이 한글을 쓰는 것…먹을 갈면서 쓰고 있는 것이죠."전시를 공동 주최한 한빛누리는 한국교회가 오카야마조선학교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평화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박영춘 팀장 / 한빛누리재단 민족화해사업팀
"이들은 남북을 이념으로 재단하지 않고요. 고향으로 또 조국으로 마음에 품고 있으며 남과 북 모두를 동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일동포와의 만남이 우리로 하여금 북한을 새롭게 알아가게 하고 남북 간 평화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돼서 교회에 제안을 드리고 함께 길을 나서게 됐습니다."
한글 서예전 '글씨는 나다'.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인덱스. 장세인 기자전시장을 찾은 시민들도 학생들의 작품을 통해 고향과 민족의 의미를 돌아봅니다.
[인터뷰] 최성문 / 평화기행 참석자
"한국에 사는 저보다 한글을 굉장히 더 애정을 갖고 더 사랑하고 있는 그런 마음을 느꼈어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우리의 고향은 내가 쓰는 언어다…"삼일절을 앞두고 평화와 통일의 꿈을 되새기게 하는 아이들의 글씨.
이번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지며 삼일절 당일에는 오카야마조선학교에서 직접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촬영: 정용현]
[영상편집: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