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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남긴 상흔, '몸의 기도'로 치유하다

팬데믹이 남긴 상흔, '몸의 기도'로 치유하다

예원기독무용예술원 제2회 정기공연 '회복'

'보혈을 지나'의 곡에 맞춰 상심한 자에게 보혈이 덮혀 살아나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한세민 기자 '보혈을 지나'의 곡에 맞춰 상심한 자에게 보혈이 덮혀 살아나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한세민 기자 종교 사회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 교회에 남긴 가장 큰 후유증으로 '신체의 부재'를 꼽는다. 비대면 예배가 일상이 되었던 3년의 시간은 성도들 간의 물리적 접촉을 단절시켰고, 이는 곧 신앙 공동체의 영적·정서적 결속력 약화로 이어졌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든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 교회들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성도들과 차갑게 식어버린 예배의 열기 속에서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증후군'을 앓고 있다.

김성자 외 4명(광주평강교회 가우디움워십)이 예수가에 맞춰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한세민 기자김성자 외 4명(광주평강교회 가우디움워십)이 예수가에 맞춰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한세민 기자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지난 11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예원기독무용예술원(원장 양나나)의 제2회 정기공연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회복'이라는 직관적인 주제를 내건 이번 공연은, 잃어버린 예배의 감격을 활자나 언어가 아닌 '몸짓'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진실한 도구를 통해 되찾으려는 영적 제의에 가까웠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수동적 위로를 넘어선 능동적 선언

이번 공연을 관통하는 텍스트는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이사야 60:1)였다. 이는 단순히 상처받은 이들을 다독이는 수동적인 위로의 구절이 아니다. 양나나 원장은 모시는 글을 통해 "예배의 자리가 위축되고 신앙의 방향을 잃은 채 방황하던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하나님 안에서 다시 일어나 참된 예배의 자리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즉, 침체와 두려움의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주체적인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양나나 원장이 예수사랑가 독무를 펼치고 있다. 한세민 기자양나나 원장이 예수사랑가 독무를 펼치고 있다. 한세민 기자이날 무대에는 10명의 스태프와 40명의 출연진이 동원되어 총 15곡의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기독교적 서사를 한국 전통 무용의 문법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김성덕 외 7명이 선보인 '화관무'와 '소고춤'은 한국적인 흥과 호흡을 통해 찬양의 기쁨을 토착화된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 밖에도 광주평강교회 가우디움워십팀의 '예수가', 양나나 원장의 독무 '예수사랑가', 그리고 방황하는 영혼이 은혜를 깨닫는 과정을 그려낸 무용극 '아버지 품으로' 등은 관객들에게 깊은 종교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상실의 시대, '산 제사'가 된 40인의 무용수들

김성덕 외 7명 이 화관무를 펼치고 있다, 한세민 기자김성덕 외 7명 이 화관무를 펼치고 있다, 한세민 기자이날 축사를 전한 조동원 목사(광주서문교회)는 무용수들의 몸짓을 "단순한 예술 표현을 넘어 하나님께 드려지는 산 제사이자, 잠들어 있던 영을 깨우는 예언자의 음성"이라고 정의했다. 현대 개신교 예배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말씀 중심적인 구조로 고착화된 상황에서, 무용수들이 흘리는 땀과 역동적인 신체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고호심 외 6명이 '임재' 곡에 맞춰 회복을 표현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고호심 외 6명이 '임재' 곡에 맞춰 회복을 표현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결국 예원기독무용예술원의 이번 공연은 침체된 한국 교회에 던지는 시각적인 파문이다. 유독 덥고 추웠던 지난 일 년간 연습실에서 흘린 이들의 땀방울은, 무너진 제단을 다시 쌓아 올리는 노동이자 기도였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무대 위 펼쳐진 '회복'의 서사를 자신들의 삶과 신앙의 자리로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그 몸짓의 여운은 여전히 광주의 교계에 깊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