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노회 봄 정기회가 열리고 있다. 한세민 기자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광주노회와 남광주노회가 나란히 봄 정기회를 열고 신임 리더십을 출범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광주노회(126회기)와 비교적 젊은 남광주노회(33회기)는 그간 각기 다른 궤적을 그려왔지만, 지난 7일 두 노회가 내놓은 메시지의 결론은 정확히 일치했다. 위기 속에 흔들리는 '미자립·농어촌 교회'를 살피는 영적 안전망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사실 봄가을 정기회 시즌마다 신임 노회장들의 취임사에서 '미자립 교회 지원'이나 '낮은 자세'와 같은 표현을 듣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수년째 되풀이되어 온 일종의 관성적인 멘트이자, 선출직 리더로서 갖춰야 할 의례적인 수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호남 지역 교계가 마주한 현실은 이러한 선언을 단순한 '인사치레'로 가볍게 넘길 수 없을 만큼 절박하다. 가파른 청년 인구 유출과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사회적 파도는 이미 개별 교회의 자생력을 급격히 꺾어놓았다. 노회가 관료주의적인 행정 처리 기관에 머문다면, 변두리의 작은 교회들은 소리 없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임계점에 달해 있다.
지방 소멸의 시대, '관리'에서 '돌봄'으로의 전환이러한 역사적 무게와 산하 교회 간의 격차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7일 나주중앙교회에서는 최판식 목사(나주중앙교회)가 광주노회 제126회기 신임 노회장으로 추대됐다. 그의 취임 일성은 거대 담론이 아닌, 가장 변두리에 있는 교회를 향한 '돌봄'이었다.
광주노회 제126회기 신임 노회장 최판식 목사(나주중앙교회)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최 목사는 "올 한 해 노회원들을 잘 섬기며, 특히 농어촌 교회와 미자립 교회를 세밀하게 살피며 노회를 잘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매년 듣던 익숙한 문장이지만, 교단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노회의 핵심 기능을 '관리와 감독'에서 일선 목회자들의 생존을 돕는 '돌봄'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다르게 다가온다. 이 다짐이 단순한 목회적 동정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복음의 본질과 연대: 남광주노회의 생존 전략같은 날 송정중앙교회에서 제33회 봄 정기회를 연 남광주노회 역시 김영춘 목사(맑은샘교회)를 신임 노회장으로 추대하며 '공동체적 연대'를 강조했다.
남광주노회 신임 노회장 김영춘 목사(맑은샘교회)가 회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김 노회장은 로마서 1장 16절을 인용하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는 한편, 노회의 존재 이유를 재정의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노회는 단순히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교회가 서로를 든든히 세워가는 영적인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누구나 위기를 말하는 시대 속에서, 산하 89개 교회가 각자도생하는 대신 노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협력해야만 선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절실한 연대 의식이 깔려 있다.
한국 교회의 폭발적 성장기는 끝났고, 지방 교회는 이제 쇠퇴기를 넘어선 '버티기'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예장합동 광주지역 두 노회의 정기회는 종교적 신념(복음)이 사회적 위기(인구 소멸, 경제난)와 만나는 지점에서, 교회의 조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면이다.
두 신임 노회장이 약속한 '낮은 자세'와 '미자립 교회 지원'이 올 한 해 관성적인 수사로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교계의 마음은 간절하다. 이들의 따뜻한 선언이 예산의 재분배나 구조적 대안이라는 실질적인 뒷받침으로 이어져, 흔들리는 지역 교회들의 진짜 '생존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