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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조기현 대표 "부모의 부모가 된 아이들…사회가 'N인분' 할 때"

[파워인터뷰] 조기현 대표 "부모의 부모가 된 아이들…사회가 'N인분' 할 때"

 

어린 나이에 아픈 가족을 돌보며 생계까지 책임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리다'와 '돌보다'를 합친 '영케어러'들인데요.
 
그동안 어린 보호자들을 위한 복지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이들은 가족의 책임이란 이름 아래 홀로 돌봄의 무게를 짊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위기 아동·청년 지원법'이 시행되면서 이제는 그 책임을 함께 나누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습니다.
 
돌봄 커뮤니티 'N인분' 조기현 대표를 만나 법 시행이 가져올 변화와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 방송 : CBS TV <파워인터뷰>
■ 출연 : 조기현 대표 (돌봄 커뮤니티 'N인분')
■ 진행 : 장세인 기자
 
◇ 장세인 기자 : 안녕하세요, 대표님. N인분이라는 공동체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소개해 주시죠.
 
◆ 조기현 대표 : 네, 전체 이름은 돌봄 커뮤니티 N인분이라고 부르는데요. 우리가 보통 돌봄 부담을 이제 가족이라는 이유로 다 이렇게 떠안게 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돌봄 부담을 사회가 N인분하자, 나눠서 지자는 지향을 담아서 이렇게 지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제가 한 8년 전에 아버지를… 이제 한 15년 전에 제가 20살 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제가 주돌봄자가 됐어요. 그래서 아버지를 한 8년, 7년 정도 막 돌보다가 '그런데 이게 이렇게까지 사회적인 지원이 없는 게 맞나? 그냥 효자나 효녀로만 부르고 이걸 당연하게 이 돌봄의 부담을 다 지는 게 맞나?'라는 고민이 들어서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한번 같이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2019년에 『아빠의 아빠가 됐다』라는 제 돌봄 경험을 담은 책을 냈고요. 그걸 계기로 영케어러 당사자들이 막 모이기 시작하면서 N인분이라는 단체도 만들고, 그리고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영케어러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2021년에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 내서 그런 지원 방안들을 실제로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매 순간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이 고립돼 있었고, 도움을 요청할 다른 사람들도 없었고 더 나아가서는 저조차도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졌다고 전화가 오고 달려가서 내가 주보호자 역할도 하고 병원비도 마련하고 퇴원했는데 아버지가 당뇨, 합병증, 심부전 등으로 병원 생활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아버지 돌봄을 하고 내가 생계도 책임지는데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되지?' 이런 막막함들이 저를 엄청 좀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 장세인 기자 : 영케어러는 어떤 개념인지 또 국내에는 어느 정도 규모로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 조기현 대표 : 네, 영케어러는 이제 질병이나 장애, 혹은 질병이나 장애가 뚜렷이 없더라도 중독이나 혹은 자립적인 생활이 힘든 누군가를 돌보고 있는 아동, 청소년, 청년을 부르는 말입니다. 이들이 돌봄 부담으로 발달해야 되는 과업이나 진로 이행을 하거나 학업을 하는 과정에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사회가 이 문제를 명명하고 좀 개입하기 위해서 만든 말이고요. 한국에서는 실태조사를 처음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나오는 건 약 10만 명 정도의 규모의 영케어러가 한국에 있다는 추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가족돌봄아동·청년'이 실제 법제화된 명칭입니다.
 
◇ 장세인 기자 : 최근 시행된 위기아동청년법, 이 법이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또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조기현 대표 : 네, 일단은 가장 큰 거는 법적인 근거가 생겼다는 거라 굉장히 큰 진전인 것 같아요. 실제로 이전까지는 굉장히 자선 중심으로 이루어지거나 혹은 지자체 조례 기반으로 하던 사업들이 중앙에 법이 생기면서 좀 더 단단한 지반 위에서 계속 설계해 나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큰 의의가 있고요. 그리고 기본 계획을 5년마다 한 번씩 총체적으로 촘촘하게 세우고, 3년마다 한 번씩 실태조사도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이전에는 없었던, 그냥 당연한 가족의 책임이었던 몫들을 좀 사회가 더 많이 지는 변화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주민센터에 가면 다들 '별로 사지 멀쩡한 청년이 도움이 필요하냐' 같은 말들을 한다거나, 혹은 '청년들은 받을 수 있는 거 없어요'라는 굉장히 힘든 상황에 가더라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지원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데 굉장히 상처받고 단념하는 경우들이 사실상 영케어러를 만나면 다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아파왔고, 서서히 내가 돌봄을 계속 처음에는 병원 정도 동행하다가 그다음에 전체의 가사나 식사 준비를 자기가 하다가, 증상이 더 안 좋아지면 간병도 본인이 하고, 그러면 학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들도 있고… 계속 이렇게 안정적인 발달을 하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야, 내가 하는 것들을 사회가 도와줘'라는 물음표를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게 가장 큰 사각지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법이 당장 크게 뭔가를 바꾼다기보단 이젠 '그걸 혼자 다 자녀라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혼자 다 짊어지지 않아도 돼. 사회가 그것을 나눠줄 거야'라는 변화, 그리고 또 하나는 '젊은 사람이 무슨 지원이 필요해'가 아니라 젊더라도 돌봄 부담을 지고 있으면 굉장히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가지고 이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어떤 복지의 합의가 생긴 게 굉장히 큰 변화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이제 동료상담가들을 한 16명 정도 양성을 했어요. 그래서 동료상담가는 이제 청년이 된 영케어러가 지금 아동·청소년인 영케어러가 겪는 고립감, 진로에 대한 고민, 혹은 돌봄의 상황을 어떻게 주변에 알려야 되는지,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런 걸 혼자 다 떠안지 않도록 먼저 경험했던 사람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같이 풀어가 준다는 게 엄청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 중학생 청소년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다들 돌봄 받는데 왜 나만 돌봄 못 받고 돌봄을 해야 되지?" 그래서 학교라는 공간이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실제로 하기도 하고, 그게 굉장히 깊은 우울감으로 가기도 하더라고요. 공통적으로는 동생을 케어해주거나 숙제를 하거나 밥을 챙기는 역할도 10대 시절에 영케어러라고 하기도 하고, 이런 생활들을 옆에서 이해하기도 힘들고 또래들이나 어른들이 볼 때는 그냥 "효자네, 효녀네", "기특하다", "어른스럽다" 이렇게 하고 넘어가니까 실제로 이 아이는 본인이 무엇이 어려운지 얘기하는 것을 좀 잊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리고 현실 속에서 계속 본인의 욕구를 미뤄두니까 '나 뭐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뭐 원하는 사람이었지?' 이렇게 잊기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나 뭐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뭐 할 때 가장 기쁜지' 이런 아주 기본적인, 청소년으로서 누려야 될 기본적인 것들을 함께 찾아가는 시간들도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실제로 돌봄이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도 굉장히 어려운 문제거든요. 그걸 복지 욕구, '내가 무슨 복지 지원의 욕구가 있지?'를 찾는 것도 굉장히 힘든데 그런 것들을 동료 상담으로 같이 찾아주는 거죠. "아, 지금 얘기를 해 보니 너는 주거가 분리되는 게 너한테 필요한 것 같아. 어때?" 하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조금 가까운 데 분리돼서 저도 좀 안정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위험한 순간에는 와서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하되 제가 지금 너무 같이 붙어 있으면 너무 힘들어요." 이런 것들을 이제 동료 상담을 통해서 '아, 이런 욕구가 너한테 있었구나'라는 걸 같이 좀 찾아주는 역할도 하는 게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 장세인 기자 : 반대로 아쉬운 점이나 여전히 남아 있는 사각지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조기현 대표 : 사실 이 법이 가진 가장 큰 사각지대 중의 하나는 가족돌봄아동·청년에 대한 정의를 '35세 이상의 누군가와 같이 살지 않아야 된다'라고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돌봄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고, 아동이나 청년이 혼자서 주돌봄을 하고 있을 경우에만 영케어러라고 법이 정의한 거거든요. 실제 현장에서 만나보거나 많은 연구에서도 드러나는 건 주돌봄자가 아니더라도, 보조 돌봄자의 위치에 있더라도 돌봄 부담이 상당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외 조항이 있더라도 굉장히 우선순위에서 동거 가족만 중심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동거·비동거 혹은 35세 이상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 아이가 직접 만나서 어떤 돌봄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돌봄의 부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게 목적이 되어야지, 기존의 딱딱한 규정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이들만 지원하는 것은 사각지대로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여기서 좀 더 한발 나아가서 우리 사회가 합의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아동이 돌봄을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일본 사회에서는 아동의 돌봄 부담을 학대로 규정하거든요. 그런데 그 학대가 지금 돌봄을 받고 있는 부모나 조부모님이 학대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그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에 이 아동이 돌봄 책임을 지고 병원을 동행하고 간병을 하고 가사나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를 우리는 굉장히 큰 성장에 저해되는 학대라고 볼 수 있어야 되고,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좀 아동의 생애주기에 맞는 지원을 구상해야 된다는 거죠.
 
저는 복지 영역에서는 돌보고 있는 아동에게는 아예 신청주의 제로, 눈에 띄면 주변에 누가 신청을 하더라도 혹은 아동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을 때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이 "우린 도움 필요 없어요" 하고 어른들이 거부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 아동이 가정 내에서 돌봄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좀 공공이 직권으로 개입할 수 있고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신청주의에 기반하지 않는 돌봄 아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에 이제 한 아동 지원하는 사례 관리 담당자가 아이에게 17개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더랍니다. 본인도 옆에서 도와주지만 이게 어떻게 청소년이 할 수 있는 거냐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사실 그만큼 잔인한 제도인 거죠. 대통령도 이게 굉장히 잔인한 제도라고 했던 것처럼, 내가 어렵고 빈곤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당사자가 입증해야 되는 제도가 신청주의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공공이 더 많은 입증의 책임을 지도록, 이 사람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가를 조사하는 책임은 공공이 가져가고 당사자는 "저 도움 필요해요"라고 이렇게 요청만 할 수 있도록 재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장세인 기자 : 지역 밀착 네트워크를 가진 교회도 이 안에서 여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역할이 가장 필요할까요?
 
◆ 조기현 대표 : 영케어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고립의 문제거든요. 주변에 돌봄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의할 사람도 없고 도움 청할 수 없다는 건데, 이건 지역사회에 굉장히 가까이 있는 교회들이 기존에 해왔던 역할처럼 '영케어러에 대해서도 우리가 어떻게 포함할 수 있을까? 이런 논의를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어른으로서 이들의 곁에서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을 한다면, 조금 더 영케어러들이 겪는 어려움과 부담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사회에 영케어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게 연결망을 만드는 시도 자체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모든 서비스는 신청을 해야 되고 심사를 거쳐야 되고 그러다가 적합·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지원을 받거나 못 받고, 못 받으면 다시 이의신청해야 되고 이렇게 제도적인 절차가 있는데, 사실 그냥 우리가 이웃으로서 '어, 어려움이 있다. 그럼 우리가 어떤 걸 지원해줘야 될까? 지금 병원비가 어렵다고 한다. 지금 돌봄의 부담이 너무 심하다고 한다. 지금 공부를 해야 되는데 **학습권이 너무 침해받고 있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나 배울 수 있는 어떤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것들을 우리가 서비스에 기대지 않고도 우리가 있는 자원으로 어떻게 지원해 줄 수 있을까라는 그런 고민들을 할 수 있다는 건 공동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죠. 그래서 저는 굉장히 큰 서비스나 정책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너무 그 중심으로만 우리가 생각하면 지나치게 관료화될 수도 있다, 딱딱해지고 기준만 굉장히 강해지지 않도록 눈앞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움에 같이 응답하는 역할들을 해나가는 게 그런 사각지대를 좀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장세인 기자 : 당사자들이 느끼는 가장 필요한 인식의 전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조기현 대표 : 가족의 돌봄 책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당사자들에게는 엄청 큰 죄책감이 느끼기도 하고요. '내가 돌봄을 제대로 하나' 혹은 당연하게 내가 놀아야 되는 청소년기 때도 미안하고 죄스러워하기도 해요. 그리고 부담감도 상당히 느끼거든요. 그런데 이것조차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 내가 가족으로서 책임을 다 못 해서 항상 뭔가 움츠러들어 있고 내가 괜히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어쩌면 이 공동체 전체가 그것이 혼자 다 짊어지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손을 내밀어야 되는 게 중요하죠.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라. 그리고 손을 내밀 수 있을 때 꼭 여기저기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해당 텍스트는 실제 인터뷰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화면출처: 영화 『1포 10kg 100개의 생애』, 돌봄 커뮤니티 'N인분' 홈페이지, 조기현 대표 제공, 유튜브 채널 '김선민 TV' 등]
[영상제작 : 이정우, 정용현, 최현]
[영상편집 : 서원익]